아픔(2)
초희
내 숲길은 생각만 물들어 있다
길에는 자갈이 깔리고
골짜기를 흐르는 물도 멈췄다
이따금씩 남녘에서 불어오는 바람은 봄을 헤집고
발이 없어 걷지 못하는 난
어슴푸레한 생각의 길만 걸을 뿐이다
찌든 세파에 막혀버린 일상
끝자락만 보인다
몸이 병들면 생각도 변하는 걸
예전엔 정말 몰랐다
개울가에 핀 향기 없는 개나리와
주위에 널린 초록빛마저
시신경을 외면한다
안간힘을 써도 들리지 않는 다리
난 전생에 몹쓸 인연만 뜨개질 했나보다
그래도 날 위해 기도해주는 이 있으니 덜 외롭다
노랑꽃 흩날리는 언덕 위를
내 생에 갈 수 있으려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