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아 우리 형아-- 옮겨온 이 / 성초희 한 편으로는 그렇게 떠난 형에게 한없이 원망하는 마음이 생기기도 했다 어머니는 사흘째 되던 날부터 온 몸에 열꽃이 피기 시직했다 참 지독한 열병이었다. 급히 의사를 불렀지만 의사는 영양제를 놓아 줄 뿐이다 환자 스스로 일어나야지 별다른 수가 없다는 의사의 말이다 나는 어머니에게 산 사람은 어쨌든 사랑야 할 거 아니냐고 설득 했지만 어머니는 못듣는 것 같았다 이제는 지쳐서 더 우시지도 못하고 그냥 멍하니 누워만 계셨다 그리고 밤이 되면 다시 고열에 시달리고 자꾸 우셨다 나는 웬지 두려운 생각이 들었다 어머니는 마치 자신의 생일 날 아니 형의 생일에 맞춰 돌아올 수 없는 저 먼 곳으로 형을 따라 같이 가시려는 것 같았다 어떻게 할 도리가 없었다 드디어 어머니의 생일날 이자 형의 생일날이 돌아왔다 그 날 아침 눈을 떠보니 밤새 눈이 내린 듯 온 세상이 하얗게 반짝이고 있었다. 그리고 어머니놔 평소 친했던 동네 아주머니들이 어머니를 위로 하려고 모여들었다. 아주머니들은 다들 한 마디씩 위로의 말을 건냈지만 어머니는 눈조차 감으신 채 아무말도 못 들으시는 것 같았다. 나는 자포자기 상태로 빠져들었다 그러던 오후 초인종 소리가 들렸다 나는 또 어느 동네 아주머니겠거니 하고 대문을 열어주었다. 그런데, 정말 태어나서 그런 광경은 처음 보았다. 이렇게 많은 꽃을 본 적이 없다 수 백송이의 꽃들이었다 이제껏 그렇게 많은 꽃을 배달해 보기는 처음이라는 배달원의 말이다 하얀 눈밭 위에 수 백송이의 아름다운 꽃들이 펼쳐져 있었다 정말 황홀하도록 아름다운 풍경이었다 누가 보냈는가 보았더니 바로 "형"이었다. 어머니가 어느 새 나오셔서 그 광경을 보시고 계셨다 어디서 그런 기력이 다시 생기셨는지 애써 문틀에 의지하며 서 계셨다 형이 남긴 짤막한 생일 축하 메세지를 어머니께 보여 들였다 어머니 오래 오래 사셔야되요 언제까지나 언제까지나 어머니 곁에서 함께 할 겁니다." 어머니의 눈가에 눈물이 번지고 몸부림 치시며 우시는 모습은 애간장을 끓게 했다. 언제 꽃배달을 시켰는가 보았더니 자신이 교통사고를 당하기 바로 전 날이었다. 생일에는 절대 선물을 하지 않던 형이 꽃같은 것은 관심에도 없으셨던 어머니에게 이렇게 많은 아름다운 꽃들을 어머니의 생일 자신의 생일에 보내 온 것이다 그 때 문득 마당에서 맴돌고 있는 참새 한 마리를 보았다 언제부터 그러고 있었는지는 모르고 있었는데 참새 한 마리가 있었다. 내가 자신에게 관심을 보이는 걸 알았는지 참새는 날아 오르더니 마당을 한 바퀴 휘 돌더니 하늘 높이 날아 오르기 시직했다. 여태 까지 나는 그렇게 높이 나는 참새를 본 적이 없다 그렇게 아득히 날아 오르더니 하늘 끝으로 사라져버렸다. 그 날 이후, 어머니는 조금씩 기력을 다시 찾기 시작하셨다. 그런데, 어머니의 눈빛이 바뀐 걸 알게 되었다 전에는 항상 돈에 얽메이고 근심이 가시지 않던 어머니의 눈 빛에 한없는 평화가 감도는 걸 느낄 수 있었다. 그리고 어머니는 결혼하시고 나가시지 않으셨던 성당을 다시 다니시기 시작하셨다. 원래 어머니는 결혼 하시기 전에는 독실한 천주교 신자 이셨다고 한다. 영명은 아네스 였다는 것도 그 때 처음 알았다. 아참, 형의 유품을 정리하다 보니 형이"선명회"라는 단체에 가입하여 한 어린이를 돕고 있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지금 그 아이의 후원자는 나다 평생에 내가 누군가를 돕는 거 같은 걸 하게 될 줄은 몰랐다 한 달에 한 번씩 지로로 후원금을 부쳐주고는 했다 그 동안은 자동이체로 했었는데 그러다 보니까 내가 누군가를 후원하고 있다는 사실조차 까맣게 잊고 지내기가 일쑤였다 그 얘하고 만나 봤는데 그 얘 말이 형은 크리스마스나 그 얘 생일 뿐만 아니라 새 학기가 시작되면 학용품도 사서 부쳐주고 편지도 자주 써 주고 그랬단다 그 얘는 형이 참 보고 싶다며 지금 형은 어디 있느냐고 물었다. 나는 차마 형이 죽었다는 말은 할 수 없었다. 사정이 있어서 저 하늘 너머 먼 나라에 가 있다고만 말해 주었다.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누다 다음에 다시 만나기로 약속하고 뒤돌아 걸어가는데 뒤에서 그 얘의 목소리가 내 귓전을 때렸다. "그렇게 좋은 형과 한 집에서 같이 사시니 얼마나 행복하세요?" 바보 같이 그제서야 나는 깨닫게 되었다 . 형과 함께 지난 이십 여년간의 시간이 얼마나 행복했었는가를 나는 왜 그렇게 어리석었던가... 아이에게 무어라 대답을 해 주어야 할텐데 갑자가 목이 메여오기 시작했다. 그 순간 언제나 나에게 따뜻한 미소를 보내주던 형의 다정한 얼굴이 떠 올랐다. 나는 매일 같이 동네 아이들과 어울렸을 때 혼자서 방을 지키던 우리 형은 얼마나 외로웠을까? 학교에서 아이들에게 괴롭힘을 당해 말까지 더듬어대던 우리 형에게 위로의 말은 커녕 그보다 더 괴롭히기만 했던 나는 나쁜 동생이 아니던가 그런 못된 동생을 위해서 매까지 대신 맞아주던 착한 우리 형... 아이에게 눈물을 보이지 않으려 애쓰며 천천히 돌아서서 아이에게 이렇게 말했다. "그럼 얼마나 행복했는데 그렇게 좋은 형이 있어서 나는 참 행복하단다. 그러다 아이와 눈이 마주친 순간 그만 눈 앞이 부옇게 흐려지고 말았다. 드디어 전광판에 내 대기번호가 찍혔다. 나는 천천히 앉아 있는 은행원 앞으로 가서 선명회 지로용지와 후원금을 내밀었다. 은행원은 사무적으로 도장을 몇 번 쾅쾅 찍더니 영수증을 나에게 건내주었지만 영수증을 받아든 순간 나는 웬지 형의 따뜻한 체온이 느껴 지는 듯 해서 몇번이고 영수증 종이를 어루만져 보았다. 은행문을 나서니 토요일 오후의 따뜻한 햇살이 나를 반겨주고 있다. 나는 솔직히 이 얘한테 형이 했던 것처럼 할 자신은 없다 그래도 열심히 노력해 볼 생각이다 그래야 천사의 동생이 될 자격을 갖게 될테니까 초희 생각 작문의 글이다 드문 일도 아니다 누구라도 겪을 수 있는 일이다. 그러나 주인공이 선천성 장애인이라는게 중요하다. 건강한 육신을 가지고 인면수심의 인생들이 활개를 치는데... 형의 비단결 같은 마음이 우릴 감동시키지 않는가? 장애아가 태어나면 버리는 부모가 있는데, 어려움 속에서도 여러 차례의 수술로 정상인 반열에 들게 한 그 어머니의 사랑이야 말로 하늘 보다 더 높은 사랑의 실천을 어머니의 이름으로 보여주지 않는가 나는 이 글을 읽고 육신의 장애보다 더 무서운 정신적인 장애인들이 얼마나 많은지 생각해 본다. 아직도 이 나라 이 사회는 장애인을 마치 죄인 처럼 멀리 하며 외면을 하지 않는가 무엇이 참 행복인지 이 글을 통해 생각하게 된다. 천사의 명복을 빈다. 아름다운 입술을 주신 이에게 감사드리면서... |
'초희의 글' 카테고리의 다른 글
재클린과 오나시스(1 ) (0) | 2014.04.24 |
---|---|
어머니의 젖무덤 (0) | 2014.03.29 |
형아 우리 형아 (( 제 3편)) 아이를 구하고 형은 하늘 나라로... (0) | 2014.03.04 |
형아 우리 형아 (( 제 2편))형아는 천사 (0) | 2014.03.04 |
형아 우리 형아 (( 제 1편))형아는 언청이 (0) | 2014.03.0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