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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희의 글

형아 우리 형아 (( 제 2편))형아는 천사

하나님의예쁜딸 2014. 3. 4. 11:12





 

 




 

     
      
    ---형아 우리 형아---
                     옮겨온 이 / 성초희
    형과 그 깡패 녀석의 집에 놀러간 적이 있었는데 그 녀석이  
    장롱 밑에서 담배갑을 꺼내더니  형하고 나한테 권하는 것이었다.
    그  때,
    담배라는 걸 처음 피워 보았다 
    형과 나는 콜록 콜록 대며 피웠는데 그 걸 본 깡패 녀석의 좋아라
    웃던 기억이 난다
    형은 초등학교 5학년 때 세번 째 수술을 받았다 
    그  후로는 입술 위에 반창고 붙이는 짓은 그만두게 되었다 
    그래도 여전히 말더듬는 버릇은 잘 고쳐지지 않았다 
    언제부턴가 나는 다시  형에게 "버버리"란 말을 쓰기 시직했다
    그러다가 TV에서 "언청이란 말을 처음 듣게  되었다 
    처음에는 그 말이 무슨 뜻인지  잘 몰랐는데 얼마 후에 그 말이 바로 우리 형과 같은
    사람을 뜻하는 것이라는 걸 알게 되었다
    나는 그런 희귀한 단어를 알게 된게 참 신기했다 
    그리고 며칠 후에 "버버리"대신 언청이이라는 말을 썼다 
    그 말을 들은 형은 마치 오래 전부터 그 말을 알고 있었던 것처럼
    담담한 표정으로 듣고 있더니 내 머리에 꿀밤을 먹이면서 
    "그  말을 이제 알았구나 하며 웃어 주었다 
    웬지 그런 형에게 조금은 미안한 마음이 들어 형에게 다시는 
    언청이라는 말을 쓰지 않았다
    그러고 보면 나도 그렇게 나쁜 놈은 아니었다 
    내가 초등학교 5학년 다닐 적 어버이날이었다 
    학교가 파하고 집에 돌아왔는데 어머니가 방에서 소리없이 
    울고 계시는 모습을 보았다 
    무슨 편지 같은 걸 읽으시면서 울고 계셨다 
    어머니는 잠시 후,
    그 편지를 어느 조금은 초라하게 생긴 핸드백 안에 넣으셨다 
    나는 어머니가 방을 나가신 후 그 핸드백을 열어 보았다 
    그 안에는 조금 빛바랜 편자봉투부터 쓴 지 얼마 안되어 보이는 
    편지까지 있었다
    
    나는 어머니가 막 읽으셨던듯한 편지를 꺼냈다 
    형이 쓴 편지였다
    형이 매 해 어버이 날마다 썼던 편지를 어머니는 그렇게 
    모아놓고 계셨던 것이다 
    편지 내용을 읽어보고는 나는 왜 그토록 어머니가  형을 
    사랑하고 형에게 집착하는지 조금은 이해하게 되었다 
    만약 내가 형처럼 태어났다면 그렇게 낳은 부모를 원망 하고 
    미워헸을 텐데 형은 그 반대였다.
    
    오히려 자가가  그렇게 태어남으로 해서 걱정하고  마음 
    아파 하셨을 어머니에게 용서를 빌고 또 위로하고 있었다.
    어느덧,
    한 해가 또 지나고 형은 중학교에 입학하게 되었다.
    그  다음에, 나도  중학교에 올라갔는데 한 집에서 살고 있음에도
    형과 나는 다른 학교를 배정받았다 
    형은 중학교에 올라가서도 항상 일등을 했다 
    나도 꽤 잘하는 편이었는데 항상 형보더  조금 못했는데 그런데 
    언제부터인가 형이 일기를 쓰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가끔씩 형의 일기를 훔쳐보곤 했는데  형은 시인이었던 것 같다 
     
    형이 지은 詩는 이해하기가 참 쉬웠다 교과서에 실린 복잡한 비유나 
    은유같은 것도 없었고  아무리 무식한 사람이 읽어도 무슨 뜻 인지
    알 수 있을 그런 시를 많이 썼다.
    그런데,
    읽고 있으면 나도 모르게 눈물 한 방울이 맴도는 그런 시들이었다
    형의 영향으로  내가 고등학교에 진학 후,
    "쌍밤"이라는 문학 써클에 가입하게 되었다
    
    연합써클이라 여학생들도 참 많았다 
    한 집에 살지만 중학교는 형과 다른 곳을 다녔는데 고등학교에서는 
    형과 한 학교를 다니게 되었다 
    나는 고등학교 때 갑자기  키가 부쩍 자라 형보다 10cm는 더 크게 되었다 
    게다가 나는 얼굴도 잘생겨서  여학생들에게 인기가 많았다  
    나는  웬지 형이 불쌍했다
    
    키도 작지 그렇다고 얼굴이 잘생기지도 않았고 말을 잘하나 형을 보며 
    나는 무언가 우월감 같은 것을느끼지 않을 수 없었다
    허지만 그런 거기에 형은 전혀 무감각했다 마치 이 세상 사람이 
    아닌 것 처럼 보였다 
    그러던 중 어느 맑은 가을 날 집을 나서는데 참새 한 마리가 대문 
    앞에 죽어 있었다 
    나는 얼굴을 잔뜩 찡그리고  다시 집안에 들어가 착한 일 한답시고  
    빗 지루와 쓰레받이를 들고 나와 참새를 쓸어 담아 쓰레기 통에 
    버리려고 하는 찰나에 형이 대문을 나왔다 
    나는 형이 칭찬해 줄 것으로 알고 잔뜩 기대했는데 형은 모처럼 착한 일
    하려고 하는 나를 만류했다
    그러더니 손수건을 꺼내 그 죽은 새를 담더니 집 뒤의 야산으로 
    올라가는 것이었다 나는 학교에 늦을까 봐 미리 집을 나섰고 형은 그  날 
    지각을 해서 운동장에서 기합을 받았다 
    팍팍한 다리를 두드리며 계단을 오르는 형에게 참새는 어떻게 했냐구
    물어보니 뒷 산 양지 바른 곳에 묻어주고 기도 까지 했다고 한다
     
    나는 내심, 그 깟 죽은 새 한 마리를 묻고 나서 기도는 무슨 기도냐며 
    그래도 궁금해 뭐라구 기도 했느냐구 물어보았다 
    형은 슬픈 얼굴로 대답했다 
    만약 이 다음 먼 훗날에 내가 오늘 이 새 처럼 쓸쓸히 죽어 누워 있으면 
    그 때는 네가 나를 거두어주렴.....
    
    형은 고등학교 2학년 겨울에 또 수술을 받았다  
    정말 그  놈의 수술은 끝이 없는 것 같고 어머니의 이마에 주름은 늘어만갔다 
    어머니 말씀으로는 형의 수술비로 집 한 채 값이 쓰여졌다고 하셨다 
    우리 집은 가난했다 
    초등학교 때는 일년에  두 번씩 이사를 다니니 우리 집을 가지는 게 소원이었고
    수술비로 늘 쪼들리는 생활이 이어졌다  
    아버지의 수입으로는 어림도 없었고 어머니는 언제부터인가 돈 놀이에 
    관심을 가지기 시작하셨다
    
    쉽게 말하면 고리대금업이었는데 어머니는 악착같이  돈을 모으셨다  
    채무자들을 어쩔 때는 무섭게 심하게 몰아부치시며 점점 돈의 노예로  
    변하고 계셨다 
    부동산에도 손을 뻗히시니 지금 이 집도 장만하신 것이다 
    왜일까?
    무엇이 그렇게 어머니를 바꿔지게 했을까
    장애 아들을 정상인의 반열에 세우겠다는  그 지독한 모성애인가
    외식은 상상도 못할 일 극장은 말도 못 꺼내게 하시고 오직 돈을 
    모으는 일 외에 어머니 뇌리엔 아무 것도 생각하지 않으셨다
    
    그런 어머니를 형은 자신 때문이라고 마음 아파 했다 
    내 기억으로 형은 어머니에게 누가 될 일을 한 번도 하지 않았다 
    하지만 그런 형에게 어머니의 마음에 들지 않는 점이 하나 있었다
    길에서 거지를 보면 없는 돈에도  항상 얼마씩을 주고는 했다 
    그냥 지나치는 법이 절대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