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슴 운봉이 (2편)--
♥늘샘/ 초희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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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새,
군락을 이룬 갈대의 울음과 몸짓은
멈추지 않은 채 흰눈이 풀풀 내리고
전라의 나목에 웅크린 부엉이가 부엉 부엉
울라치면 호롱불 아래 연애 소설에 빠진
소녀는 후다닥 이불을 뒤집어 쓴다.
부엉이 뒤에는 무서운 호랑이가 따라
다닌다는 애미의 말을 그대로 믿은 것이다.
호롱불 연기에 콧구멍이 새까맣게 되도록
연애 소설에 빠져 겨우 잠이 든 소녀가
눈을 뜨기전
자연의 섭리대로 태양은 어김없이 떠오르고
고즈녘 한 산골 마을은 이렇게 아침을 맞는다.
앞치마를 두른 아낙의 손길 발길이 분주해지고
집집마다 굴뚝에 하얀 연기가 피어오르고
햇부뚜막에 걸린 가마 솥은 크기도 제 역할도
다 다르니
물솥에선 물이 데워지고
밥솥에선 검은 콩 넣은 대 식구의 밥이
지어지고 국솥에선 된장 풀어 어두일미
부셔 넣은 시래기 국이 끓여질 때...
남자들은 세수를 하던 그 때 그 시절을
떠 올리며 머슴 운봉이의 이야기는
이어진다.
조그만 오두막 집 마루도 없고 방 두 개
화장실은 20미터 쯤 떨어져 있고 제대로 된
부엌문 대신 까대기로 드리워져 있지만
끼니때가 되면 색시의 정성어린 밥상으로
운봉에게 행복을 주니 세상에 무엇이
부러우리요.
호롱불에 양말을 깁는 색시가 있고
밤새가 우짖을 때면 살포시 안아 보는
색시의 향기에 그만 세상을 다 얻은 듯
운봉의 신접살림은 이렇게 시작되는데...
소박녀 선이는 상민의 딸로
초등학교만 이수했을 뿐 내세울 게 없는
순박한 댕기머리 아가씨였다.
뚜마담의 끈질긴 강요로 시집간 곳은
양반의 집 자제에 대학까지 나온
인물이라~~~
애당초 택거리 혼사였지만 자신의
처지를 애둘러 미화시켜 빨간치마에
노란저고리 새색시는 족두리 쓰고 백 년
언약을 기약하는 마음으로 ...
미래를 꿈 꾸며 볼에 홍조를 띠며
신랑을 맞이하며 행복에 겨워 다짐하기를
병들어도 좋으니
저 사람 옆에서 살겠노라고 하루를 살아도
저 사람 아내로 살게해달라고
생일 날 시든 꽃 한 송이 못 받아도 좋으니
죽어서 무덤 속에서도 같이 눕게 해달라고
그렇게 그녀는 백년해로를 소망했지만...
그 소망이 무너지기까지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결국 그녀는 친정이 상민이라는 것과
학벌도 교양도 신랑의 이상형이 아니라는
이유로 한 마디 항변도 못하고
그렇게 소박녀의 멍에를 등에 진 채
아픈 가슴을 부여 안고 친정 집으로 쫓겨 와
운봉을 만나게 된다.
머슴 운봉은,
신분이 머슴이요 돈 많이 버는 남자는
아니지만 성실함과 근면성에 반해
그녀의 부모와 주변인들의 권고로 두 번째
남자의 가슴에 안기는 재혼녀의 신분이
되었지만...
전 남편의 집과는 달리 무시하지도
학대하지도 않으니 운봉의 자상한 사랑에
도토리만한 행복일지라도 부부愛가
영글어 갔다.
이렇게 오두막집의 선이와 봉이의
사랑은 지난 날 강심살이를 잊게했다.
아기도 낳고 이제는 어엿한 가장이 된
운봉은 더 열심히 몸을 아끼지 않고
일을 했는데...
호사다마라 했든가 그 집안에 인면수심의
두 사내가 등장하니 선이를 넘보는 이리였다
강쇠바람이 불면 낮은 짧고 긴긴 밤이 이어질 때
날밤집도 아닌 운봉의 집에 마실꾼들이
모여들었으니...
그들은 이름하여 동네 이웃들이었지만
가슴에 흑심을 품은 이리들인 것을 순진한 운봉이
어찌 상상이나 했으리오.
고된 일상으로 날연해진 몸으로 잠에
빠지기 일쑤였으니...
이리의 손길은 선이의 마음을 빼앗고
그만,
선이는 두 남자의 육욕을 충족시키는
性의 노예로 전락하고 말았다.
운봉은 아는가 모르는가 알고도 모른척
했는가
선이는,
재능도
미모도
지식도 갖추지 않았다
그녀는 왜 이리들한테 옥문을 열었을까?
무지하고 순전해서일까
감탕질로 남자를 호리는 능력이 풍부했는지,
어이할꼬.
다시 태어나도 운봉의 색시로 살겠다던 그녀
선이는 운봉의 것
운봉은 선이의 것 이라고
팔배게 베고 누워 다짐한 그 맹세는
구름의자에 실려 보냈든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선이와 새끼들을 위해
묵묵히 일 했던 머슴 운봉이
그가 작심한 듯,
선이와 새끼들을 데리고
마을을 떠났으니 ~~~그것이
선이를 지키는 길이라고
생각했으리라
1960년대 후반에 있었던 내 어릴적 실화다.
지금의 현 세태는 어떠한가
녹슬지 않은 조개껍질 처럼 당신과 나
우리가 되어 부부라는 이름으로 사랑을
나누지만
혹
성격이 안 맞는다는 이유로
또는 외도로
넘 궁색해서
쪼들리기라도 할라치면
금세,
일심동체를 분리시킨다.
보일 듯 말듯한 서운함이나 자존심을
건드리는 껄끄러움이 소낙비 되어
내린다면 이혼을 생각한다
이혼 후
2세들의 수난은 염두에 두지 않는다.
남편을 다섯 둔 여자가 목마름에
시달리다가 수가성 우물가에서
예수님을 만나 이제 생명수를
만나 내가 갈급하지 않겠나이다 라고
고백한 우물가의 여인이 된다면 좋으련만...
남자들이여!
너는 네 우물 물을 마시며
네 샘에서 흐르는 물을 마시라 어찌하여
네 샘물을 집 밖으로 넘치게 하며
네 도랑물을 거리로 흘러가게 하겠느냐 라고
전능자는 훈계하신다.
남자도 여자도 음란 죄를 범하므로 마치
숯불을 밟아 그 발이 데이는 것과 같으니...
어찌 간음죄를 범하리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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