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울 아버지가 보고 싶다--
늘샘 / 초희
울 아버지,
슬하에 5女 1男을 낳으시고
철저한 가부장적 사고로 여필종부론으로
울 엄마를 꼼짝 못하게 하시니
오죽하면 어린 내가 독신주의에 빠졌을꼬
세상 남자들은 다 울 아버지처럼 여자를
울리는 존재로 비춰졌지만 아이러니한 것은
내가 만일 결혼을 하면 울 아버지와 같은 남자와
결혼하리라는 꿈을 가지게 되었다.
울 아버지,
일제강점기 때
일본에서 유학을 하시고 강제로 일본을 위해
군복을 입으셨지만 해방이 된 후
22세에 교단에 서셨고 호랑이 선생님으로
학생들에게 두려움의 대상이 되셨다고 한다.
울 아버지,
일본에서 교육을 받으신 영향일까
청결,
근검절약,
정신일도 하사불성 강조,가 가족들에겐
고통을 주기도했다
당시,
고무신이지만 꽃 그림이 새겨진 리본 신발이
새로 나왔는데 나는 그 신발이 엄청 신고 싶었다.
지금 신고 있는 신발이 떨어져야 사주신다는
아버지 말씀에 연필 깍는 칼로 신발을 찢어버리고
아버지
이 신발 좀 보세요 다 떨어졌어요 라고...
그 때
울 아버지의 표정을 나는 지금도 잊을 수 없다.
고의로 찢은 줄 아시지만 모르시는 척
내 등을 다독이시며 그래 사주마 바로 사줄께
하실 때 나는 스스로 내 작전이 성공되었음을
자축하며 회심의 미소를 띄웠으니...
이제 애미되어 자식 키우니 울 아버지 마음을
알게되었다.
울 아버지,
꽃 리본신을 신고 기뻐했던 나의 그때 그 모습이
너무 안스러워 하시던 울 아버지의 표정이
주마등처럼 스쳐지나간다.
자식이 어찌 부모 마음을 알리오
지나간 후면 애닲아 한다지만 평생에 고쳐
못할 일 이뿐인가 하노라 하니 어이하리오
울 아버지,
살아계신다면 명품 구두로 그 마음에 기쁨을
드리고 싶지만 천성에 가시는 길 그리도 급하셨는지
재직 중 돌아가셨다.
오늘은,
울 아버지가 무척이나 뵙고 싶어진다.
아버지
존경하며 사랑합니다.
주님 품 안에서 영생복락 누리소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