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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수필(隨筆)이란 어떤 것인가 - 3. 수필의 종류 /최원현

하나님의예쁜딸 2011. 8. 6. 10:50

제4강. 3. 수필의 종류

수필(隨筆)은
‘보고, 듣고, 생각하고, 느낀 것을 그저 붓 가는 대로 쓰는 산문’이라고들 말합니다.
그래서 약간의 문장력만 있으면 누구나 쓰는 글이라고 생각을 하거나
타 장르의 문인들이 자기 장르 외의 잡다한 글들을 모아
에세이 또는 수필이란 이름으로 내놓는 경우도 많습니다.

뿐 아니라 자서전적 체험담(體驗談)이라던가 편상(片想)들을 모은 글이거나
음악, 미술, 연극, 철학, 사회, 정치, 경제 등 각 분야에 종사하는 사람들이 써낸,
말하자면 엄밀히 문학예술과는 상당히 거리가 먼 여록(餘錄)들까지
버젓이 수필(에세이) 행세를 한다든지,
대중적인 인기를 얻고 있는 연예인들이 쓴 이야기가 잘 팔리는 수필 노릇을 한다는 것은
매우 서글픈 일입니다.

물론 타 분야에 종사하는 사람은 수필을 쓰지 말아야 한다는 말이 아닙니다.
수필가들보다 더 좋은 수필을 쓸 수 있습니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수필이 독립된 문학예술의 한 부문임을 인식해야하며,
수필에 대해 열정을 갖고 고민을 거듭한 뒤 씌어진 글이 수필이며,
그런 인식으로 수필다운 글을 써야한다는 말입니다.

'수필'과 '에세이'를 두고도 혼란을 겪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지난 시간에 조금 언급을 하긴 했지만
이러한 혼란을 막고 이해를 돕기 위해 수필에는 어떤 것들이 있는지
그 종류를 먼저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1) 에세이(essay)와 수필(隨筆)

가장 혼란을 많이 겪는 게 바로 이 '에세이'와 '수필'입니다.
어떤 것을 에세이라 하고, 어떤 것을 수필이라고 하는가,
결국은 같은 것이 아닌가 하고 반문하기도 합니다.
몇 사람의 정의를 보겠습니다.

· 윤오영은
"수필은 동양적인 에세이요, 에세이는 서구적 수필"이라고 말했습니다.

·프랑스의 R.M 알베레스는
"에세이는 그 자체가 원래 지성을 기반으로 한 정서적 신비적 이미지로 된 문학"
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일본의 요시아 세이이찌(言田精一)는
"수필론에서 에세이는 구분해서 정의할 수 없다."
고 했습니다.

그렇다고 하면 '에세이'와 '수필'은 같다고도 볼 수 있고,
서로 구별된다고도 할 수 있다는 말도 됩니다.
그런데 분명한 것은 수필은 '자기 삶의 이야기'라는 것입니다.
따라서 동.서양 삶의 생활도 다릅니다. 표현하는 방법도, 성품도 차이가 납니다.
그러니 동양의 수필과 서양의 에세이도 내용에서 다를 수 있는 것입니다.
그래서 영어의 essay라는 말에는 '評論'이라는 뜻과 '隨筆'이라는 두 가지의 뜻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하지만 우리가
'에세이를 보통 수필이라고 번역할 때는 평론부문을 제외하고 일반적으로 우리가 생각하고 있는 수필을 의미한다.'고 말하는 것입니다.(文德守,「現代文章作法」, 서울靑雲出版社, 1964, p 261 참조)


(2) formal essay와 Informal essay

에세이는 영문학에서 매우 중요한 위치를 차지합니다.
이 '에세이'는 포오멀 에세이(formal essay)와 인포멀 에세이(Informal essay)로 나뉘어집니다.
객관적 진리와 무게 있는 지식을 정연한 논리적 전개를 통해 나타낸 글 - 중수필(重隨筆), 논리적수필, 경수필(硬隨筆) - 을 formal essay라 하고,
독자들의 마음을 자극하지 않고 정서와 기쁨을 주는 것을 목적으로 한 글 - 경수필(輕隨筆), 서정수필, 연수필(軟隨筆) - 을 Informal essay라 합니다.

그런데 이 두 종류는 내용과 표현 방법에서 전혀 다른 것들로
우리가 말하는 수필에 해당하는 것은
후자인 인포멀 에세이(Informal essay/輕隨筆,서정수필,軟隨筆)입니다.

'인포멀(informal)'이란 말은 正格이 아니라는 말인데,
내용에 있어서 객관적 진리와 무게 있는 지식을 전달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는 것이 아니라,
독자에게 기쁨을 주는 것을 목적으로 하는 것으로 독자를 자극하지 않고 오히려
마음을 늦추게 하는 글이라 할 수 있습니다.
곧 한가한 시간에 한가하게(여유로움을 지닌) 씌어지는 글이며,
한가한 시간에 읽을 수 있는 글인 것입니다.

따라서 이 인포멀 에세이는
논문처럼 무엇을 증명하거나 어떤 결론에 도달하여
작자의 주장을 독자에게 설명 설득하려 하지 않습니다.
그래서 정연한 논리적 전개를 하지 않으며,
조직적 체계를 요구하지 않으며,
명상적이고 철학적이더라도 그냥 독자가 편하게 판단하고 동감하는 정도로
작가와 독자의 관계를 설정합니다.
그렇다고 중언부언이나 횡설수설하는 그런 잡담류를 말하는 것이 아닙니다.
짧은 글이지만 그 속에 많은 변화를 품고 있으며,
파격적인 지식과 유머와 철학으로 독자를 놀라게 하는 글입니다.

(3) essay 와 Miscellany

'수필'이라는 말에 대해 외국어로는 Miscellany와 essay를 씁니다.

Miscellany가 우리나라에서 흔히 통용되는 수필이라고 할 수 있겠는데
일반적으로 신변잡기(身邊雜記)나 감상문(感想文) 및 잡문(雜文)을 일컫기도 하지만
비교적 부드럽고 정서적인 문체로 엮어지며
자기의 견문(見聞)이나 감상(感想)의 기록 등을 말합니다.

essay 란
Miscellany에 비해 문제에 대한 논의가 있는 소논문(小論文)이나 논설(論說)에 가까운 것으로
중국의 논(論), 계(啓), 의(議), 서(書), 서기(序記), 설(說) 등이 이에 속한다 할 수 있습니다.

<정리>

1. 따라서 우리가 일반적으로 '수필'이라고 말하고 있는 것은
동양적 에세이, 인포멀 에세이, 미셀러니를 말하는 것으로 이해 할 수 있습니다.

2. 여기서 우리는 우리가 쓰려고 하는 수필이 어떤 종류의 것일까를 생각해 볼 수 있습니다.
'수필의 종류' 서두부에서 언급한 바 있듯이
연예인들의 글, 정치인이나 기업가들의 자서전적 글들,
시인이나 소설가들이 시나 소설로 쓸 수 없는 이야기들이나 작품 여적을
창작노트 식으로 쓴 글들을 '에세이'란 이름으로 출간하고,
또 그런 것들이 에세이로 알고 아무런 저항감 없이 받아들이고 있는 이 시대 풍토에서
굳이 그것은 에세이가 아니다 라고 반론을 펴지는 않더라도
최소한 수필을 쓰고자 하는 우리만은 그런 오류에서 벗어났으면 싶습니다.

3. 수필은 다른 여느 문학 장르보다도 품격이 있는 문학입니다.
요즘은 개성의 시대가 되어 웬만큼 튀어나게 해도 흉이 되지 않는다지만
그래도 옷을 제대로 갖춰 입고 나가면 품위가 있어 보이는 것처럼
수필은 바로 작가의 품위를 보여주는 글이라는 것입니다.
수필의 종류를 언급한 것도 바로 그런 품위 있는 문학이 수필이므로
그런 수필을 쓰고자 한다면 어떤 것을 수필이라 하는 것인지를 알아야 한다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아무리 좋은 옷도 입는 사람이 제대로 잘 입으면 품위 있고 아름다워 보이지만
그렇지 못하면 옷은 옷대로, 사람은 사람대로 볼품이 없어지는 것처럼
수필은 내 인격과 품위를 떨어뜨리지 않는 글쓰기이기 때문입니다. 

출처 : 손현숙의 시와 수채화
글쓴이 : 채화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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